대만 일상 타이중 ː 9月 | 타이중 아이폰 수리 리퍼 | FR 비자 두 번째 연장 | 터닝포인트
이번 일기는 조금 감정적이니 주의
지난주 수요일의 일상부터 시작
왜냐하면 사진들이 다 날아갔기 때문이지..
이유는 천천히 말씀드리겠다..
수요일 사진은 어떻게 있냐 하면 아이패드로 찍었다
블로거 정신 칭찬해
일단 핸드폰이 아예 켜지지 않는 상태였음
하필 조금 멀리 나가야 했던 날이라,
아침에 집 나서기 전에 급한 대로 아이패드에 오프라인 구글 지도
다운받고 라인, 카톡 다 연결시켜 놓았는데
학교 벗어나서는 인터넷이 없으니 버스 시간 확인이 불가능해서
정류장에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태국 언니가 버스 시간표랑 지도 다 확인해 주고,
심지어 본인 버스 왔는데도 안 타고 나 먼저 보내겠다고
내 버스 올 때까지 같이 기다려주심.. 대감동..
남한테 이런 친절함을 받아본 게 얼마 만인지 진짜 눈물 좔좔
이렇게나 친절한 통쉐가 있어 너무 다행이었던 날.. ?
이민소 가는 길,
골목 지나니 뜬금없이 예쁜 다리가 나왔다
핸드폰 걱정 잠시 덜고 풍경 좀 즐겨봄
이민소 도착
저번에는 3-4시쯤 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번에는 조금 일찍 1시쯤 도착했다
다행히 사람 거의 없어서 서류 먼저 작성해놓고
몇 명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접수 가능했음
그리고 학교 사무실이나 이민소 직원이나
다들 일 그지같이 하는구나 깨달은 날
이민소 바로 옆이 코스트코라 지나가는 김에 샐러드 또 샀다
그리고 집 가는 길은, 전에 두 번 이민소 왔던 기억을 되살려
일단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간 다음에
노선표 일일이 읽어가며 집 가는 버스를 찾았다,,ㅎ
핸드폰 안되는 상태로 돌아다닌다는 게 처음엔 불안했는데
생각보다 순조롭게 볼 일 보고 귀가하니 정말 타이중런 다 된 느낌
설명을 해 보자면
화요일 밤까지 멀쩡히 사용 (이날따라 발열이 꽤나 심하긴 했음)
이전에 한 번 갑자기 전원 꺼진 적이 있었으나
버튼 누르면 진동은 울리는 상태, 10분 정도 후에 저절로 켜졌음
수요일 아침, 일찍 눈이 떠져서 시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봤는데
화면이 까맣고 아무 반응도 없는 거임
충전기 계속 꽂아놨는데도 반응 없음
인터넷에서 말하는 대로 볼륨 버튼 짧게 누르고 전원 꾹 누르기
이것도 아무 반응 없음
컴퓨터에 연결해 봐도 반응 없음
이대로는 기다려도 안 켜질 상태인 것 같아서 결국 수리점 예약
★★★★☆ · Mobile phone repair shop
goo.gl
애플 웹사이트 공식 수리점 목록 보고 예약했다
당장 다음날 예약 가능한 곳이 이 한 곳뿐이라 그냥 했는데
직원분들 모두 꽤 친절하고 좋았음 !
수리 불가능, 방법은 리퍼밖에 없음
전원 아예 안 켜져서 데이터 복구 불가능
그래서 결론은 고작 1년 3개월 쓴 핸드폰이랑 바이바이 했다...
핸드폰뿐만 아니라 안에 있는 모든 것들과도 굿바이
다른 건 다 필요 없는데, 특히 사진을 잃어버리는 게 속상했다
웃긴 게, 핸드폰 고장 나기 며칠 전에 외장하드 사진 정리 좀 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다음에 하기로 미뤘는데
그때 했더라면 몇 개월치라도 더 건질 수 있었겠지...
적어도 작년 사진은 다 정리해놓은 줄 알았는데
작년 9월까지만 옮겨놓아서, 10월 이후 사진은 다 잃어버렸다
거의 일 년 치 사진을 다 날린 거다
아이폰 12 리퍼 가격은 16,900元
할인받아서 15,000元 (대략 67만 원) 결제했다
망할 애플케어는 왜 안 사둔 건지
새로 받은 핸드폰 테스트하느라 걍 찍어봄
화나니까 치킨
진짜 오랜만에 네네치킨 청양 마요 먹었는데
왠지 전보다 맛있는 느낌, 근데 너무 매웠다
청양마요 조차 매워하는 맵찔이가 되었다니 믿을 수 없어,,
중추절이고 나발이고 우울한 주말이었다
壹椀 麻辣 食務所ONEWAN
마라탕 中辣 먹었는데 개매웠음,
먹는 순간부터 입이랑 속이랑 다 쓰린 느낌
앞으로 절대 中辣 안 먹는다 매운 거 안 먹는다
매운 거 먹었으니깐 단거 먹어줘야지
춘수당 가서 쩐주나이차 마시고 일요일 마무리
사진 그냥 아무렇게나 막 찍음
기분 안 좋아서 찍고 싶지도 않았음
열심히 찍으면 뭐해 핸드폰 고장 나서 날리면 끝인데 ^_^
일 년 치 사진이 사라졌으니 마치 일 년 치 기억이 몽땅 사라진 느낌
어디 가고 뭐 했고 이런 것들은 그나마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해와서 다행이지만, 일 년 동안의 나 그리고 나와 함께 한 사람들과의 사진이 없어졌으니 다시 돌아보고 싶은 추억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화도 나고 슬프다
이렇게 갑작스레 안 좋은 일과 함께 중추절 연휴를 시작하고,
원래 주말에 바비큐 예정이었던 것도 남자친구 가족 중 몇이 코로나 걸리는 바람에 취소되어서 결국 혼자 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혼자 푹 쉬어야지 하고 좋아했는데
다들 친구, 가족들이랑 삼삼오오 보내는 모습을 보니
나는 뭐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겹치면서
나 자신, 미래, 인간관계까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 주말이었다
그래도 무력한 우울함이 아니라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 극복해야겠다는 우울함이 와줘서 다행이다
사진도 채팅 기록도 다 사라졌는데, 어쩌면 정체되어 있던 일상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깨끗이 다시 시작할 계기이지 않을까
엄마 말대로 나는 혼자니까 더 강해져야지